아침에 눈 뜬 그 순간부터 우리 머릿속에는 생각이 떠다니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몇 시지? 오늘은 무엇을 하지? 특별히 할 일이 있었나?' 등 그 내용물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눈을 뜬 순간부터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고를 합니다. 아침 일찍 출근길에 올라 대개 사람들은 본인이 관심있는 기사를 읽는다든가 동영상을 보면서 출근을 합니다. 그리고 출근하고 나서는 사람들과 말을 하면서 친교의 행위를 한다든가 업무를 진행합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뜬 그 순간부터 혼자 생각을 하거나 타인과 말을 하거나 아님 글을 읽거나 쓰는 행위 가운데 우리가 늘 사용하는 매개체가 있습니다. 바로 언어이죠. 언어를 매개체로 말과 생각을 하고 텍스트를 읽고 쓰는 행위가 이루어집니다. 즉, 인간이라는 존재를 규정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언어'이며 언어를 연구하는 학문을 언어학이라고 합니다. 


언어학의 분야는 현대에 와서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언어학이라고 하면 대학교 학과를 생각할 때 프랑스어과, 중국어과, 일본어과, 스페인어과 등을 떠올리죠. 하지만 언어학이 연구하는 분야는 공시언어학, 통시언어학, 음성학,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비교언어학, 전산언어학 등 매우 다양합니다. 





언어학은 크게 보자면 소쉬르 이전의 언어하고가 소쉬르 시대의 언어학으로 구분하곤 합니다. 



 소쉬르 이전, 19세기 비교언어학 

먼저 소쉬르 이전의 언어학을 보겠습니다. 언어학이란 언어를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언어학이 연구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시대별로 다르게 인지해왔습니다. 언어학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19세기의 주요 관심사는 언어와 언어 사이의 비교였습니다. 비교 언어학은 프란츠 봅프가 언어학계에 산스크리트어와 다른 언어를 비교하여 공표한 것을 그 출발로 봅니다. 비교언어학은 아우구스트 슐라이허가 고립어, 교착어, 굴절어로 비교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죠. 슐라이허는 하나의 언어가 사람처럼 자식을 낳고 대를 잇는 것처럼 언어에도 계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비교언어학을 꽃피운 이들은 파울을 포함한 젊은이 문법학파였습니다. 젊은이 문법학파는 음운이 변하는 것에는 법칙이 존재하며, 예외가 없고 이들은 역사주의가 언어를 연구하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들은 언어에 접근할 때 추상적이고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모든 언어 연구는 역사적으로 나타나는 자료들을 통해 경험적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의 연구는 그 이전의 언어 연구방법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이전의 언어 연구가 고대 언어에 치우친 것에 비해 현재 언어에 대한 관찰을 함으로써 역사적인 비교를 시도하였다는 점입니다. 이 비교언어학으로 인해 음운변화를 연구하는 데 많은 역사적 지식의 축적을 이루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의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오늘날 음성학 등에 대한 관심을 끌어낸 것 또한 그들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교언어학의 한계 

그러나 그들의 비교언어학에는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고대부터 시작된 언어 연구에 비해 분명 연구방법을 체계화시키기는 했지만 언어라는 것을 하나의 학문적 단위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비교 분석에 치우치면서 언어를 하나의 체계를 갖춘 학문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들은 언어이 음성과 형태 변화에만 몰두하면서 그들의 언어학에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존재가 배제되어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한 음운변화에는 예외가 없다는 주장을 펴면서 계속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물론 그들 자체적으로 그들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학파의 대표 학자인 파울이 언어학에서 통시성을 지나치게 중요시하여 연구하는 점을 인정한 것이죠. 그러나 결국 그들이 내세운 음운변화의 무예외성, 역사성에 지나치게 매몰된 연구는 결국 소쉬르에 의해 비판을 받습니다. 



 20세기, 구조주의 언어학 

20세기를 주로 지배했던 언어학은 구조주의 언어학입니다. 기존 19세기 언어학이 언어의 통시성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20세기 구조주의 언어학은 언어이 체계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언어학이라는 분야에서 처음으로 '구조주의'라는 것을 들고 나온 학자가 소쉬르입니다. 


소쉬르는 이전의 비교언어학의 학문적 연구방법을 비판합니다. 비교언어학에서는 언어가 개별적으로 변화하는 데이터를 갖고 귀납적으로 분석하는데 소쉬르는 언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어떠한 고찰없이 이전의 언어와 비교를 통한 언어 연구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쉬르는 이 자체에 문제를 느끼고 언어학의 연구방법은 연역적이어야 된다고 본 것입니다. 연구가 연역적이려면 자명한 이치가 있어야 했기 때문에 소쉬르는 언어라는 하나의 대상을 구조적으로 규정합니다. 그 결과, 언어를 랑그(langue)와 빠롤(parole)이라는 2가지의 합체로 본 것이죠. 랑그는 언어의 보편적인 체계이자 언어 자체를 의미합니다. 랑그와 비교하여 빠롤은 우리의 일상에서 다양하게 발현되는 언어 행위를 의미합니다.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는 바는 '언어는 실체가 아닌 형식이다'라는 그의 한마디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소쉬르는 랑그와 빠롤 중에서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빠롤이 아닌 형식 그 자체 '랑그'라고 여긴 것입니다. 예상할 수 있듯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이 연구 대상으로 여긴 것은 랑그였고 랑그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언어학을 소쉬르는 '일반언어학'이라고 정의합니다. 


이같은 소쉬르의 구조주의는 프라그학파에 의해 조명되고, 로만 야콥슨과 니콜라이, 트로베츠코이가 소쉬르의 일반언어학을 계승하면서 발전시켜 갔습니다. 그리고 야콥슨의 제자, 레비스트로스가 스승의 음운론을 인류학에 적용시키면서 타학문에도 인식론적인 혁명을 불러일으킵니다. 구조주의는 이후에 라캉과 미셀 푸코 등에 의해 심화되면서 철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죠. 


구조주의가 그 당시 미친 영향은 매우 큽니다. 가장 큰 의의는 언어라는 것 자체의 체계를 세우는 뼈대를 도입하여 언어학이라는 것을 진정한 학문적 궤도에 올려놓은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종전의 연구가 통시적인 연구에 집중되어 공시적인 것을 도외시했다면 소쉬르로 인하여 언어의 공시적인 부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언어학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인식론적 전환을 일으켰다는 데 구조주의의 의의를 들 수 있습니다. 


 구조주의 언어학의 한계 

1930년대 미국의 구조주의 언어학에 블룸필드가 등장하면서 이것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블룸필드는 언어이론에 행동주의 심리학을 가져옵니다. 행동주의라는 것은 외부적인 자극을 통한 반응을 갖고 현상을 규정하는 것입니다. 즉 모든 것에는 자극이 있고 그에 따른 반응이 있다는 것입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이 관찰을 통한 실증을 통해 연구하는 것을 이어받아 블룸필드 역시 관찰을 통한 실증을 통해 그 연구를 이어나가려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한 사람이 언어에 반응하는 과정을 보면 언어를 듣고 반응하는데 그 사이에는 분명 사람의 해석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죠. 우리가 책을 읽고, 그리고 사람과의 대화를 나누면서 우린 귀로 듣는 음성과 눈으로 보는 텍스트에 대한 심리적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즉, 구조주의 언어학은 언어자료를 수집하여 그 자체의 자료만을 분석함으로써 인문학의 가장 본질이 되는 사람이 어떻게 문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분석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연구대상으로서 아예 배제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즉 구조주의 언어학이 연구대상을 주로 내적 언어학에 한정되고 있습니다. 



 촘스키의 등장과 변형생성문법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지나치게 언어의 구조를 분석하고 기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언어의 본질을 밝히는 데 한계를 드러냅니다. 이 때 노암 촘스키가 등장하여 언어학 연구에 전환을 가져옵니다. 촘스키는 언어의 본질을 인간의 본질과 함께 생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어린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촘스키는 질문을 던집니다. '어떻게 어린 아이는 언어를 배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변형생생문법입니다.


변형생성문법에 의하면 인간은 생득적으로 언어습득능력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언어 습득 장치(LAD)가 존재하여 그 장치는 보편문법이라는 원리에 의해 작동한다고 봅니다. 즉 인류가 구사하는 개별적인 언어들은 다르지만, 인류가 구사하는 언어는 보편적인 기저를 지니고 있다는 게 촘스키 이론의 바탕입니다. 이러한 그의 이론은 기존 언어학의 연구 분야에 획기적 전환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변형생성문법 이론은 구조주의 언어학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언어학의 여러 분야와 더불어 다른 여러 학문에까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특히 인간이 마음과 동물, 그리고 인공 지능 시스템에 있어서 하나의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연구하는 인지과학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기존의 언어학이 소쉬르의 구조주의 영향으로 인해 랑그에 치중한 내적 언어학에 집중하여 연구를 진행해왔다면 노암 촘스키의 등장은 언어학을 언어 자체에 대한 연구 뿐만 아니라 언어를 구사하는 인간의 언어 능력으로까지 논의를 확장시켰다는 데 매우 큰 의의가 있습니다. 



 현대 언어학의 발전 

본래 언어학은 내적 언어학과 외적 언어학으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내적 언어학은 앞서 이야기해드린 소쉬르가 주창한 랑그를 주 연구대상으로 삼는 언어학이며, 외적 언어학은 쉽게 언어가 관련된 현상을 언어와 함께 연구하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외적 언어학은 다시 언어가 관련된 현상을 언어와 함께 연구하는 분야가 있고, 모국어 습득을 인지발달과 함께 연구하는 분야도 있으며, 문헌에 사용된 어휘 등을 통해 고대 문화나 언어를 복원해보는 분야도 있습니다. 


오늘날의 언어학은 언어 자체에 대한 연구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문과의 연계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어 외적 언어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외적 언어학의 대표적인 분야는 언어를 생물학적이고 신경과학적인 기반에서 연구하는 신경언어학, 또한 언어를 습득하고 이해하면서 그것을 산출하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연구하는 심리언어학,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컴퓨터가 일상에 널리 보급되면서 컴퓨터를 이용한 자연어 처리를 연구하는 컴퓨터 언어학 등이 그것입니다. 그 외에도 외적 언어학에는 언어학사, 사회 인류 언어학 등 매우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언어학이 시대별로 어떤 분야를 연구해왔고 현대에는 어떤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는지 봤습니다. 고대의 라틴어, 그리스어에 대한 관심은 19세기에 들어와 비교 언어학으로 체계화되면서 언어학의 학문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비교언어학은 언어학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못함으로써 독자적으로 하나의 체계를 갖추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죠. 그리고 그것을 소쉬르가 랑그와 빠롤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언어를 구조화시키면서 언어학은 비로서 하나의 독자적이고 체계화된 학문으로 발돋움합니다. 그러나 소쉬르의 일반언어학에서도 랑그만을 언어학의 연구대상으로 삼는 한계가 생깁니다. 이 한계는 촘스키의 등장과 함께 언어를 사용하는 발화자인 '인간'에게로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외적 언어학의 발전을 가져오게 됩니다. 즉 외적 언어학은 언어학의 발전과정에서 살말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서 더 잘 알기 위해 쌓아온 산물이라 할 수 있으며, 내적 언어학과 외적 언어학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 언어학은 인지과학, 심리학, 뇌과학 등과 손을 잡고 심리언어학, 신경언어학, 컴퓨터 언어학 등의 이름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이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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