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동물과는 구별되는 여러 가지 특징들을 갖고 있습니다. 흔히 사람과 동물을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을 많은 학자들은 '언어'에서 찾곤 하죠. 그러나 동물농장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보다시피 동물 역시 동물 나름대로 소통을 합니다. 동물들도 서로 기분이 좋은 것을 표현하기도 하고, 자기 영역을 침범 당했을 때는 동물이 느끼는 분노를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해서 표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개는 사람만이 '언어'라는 것을 갖고 우리는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언어는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말하려면, 분명 동물의 그것과는 구별되는 분명한 특징과 더 우수한 점이 있어야 합니다. 왜 사람들은 사람만이 언어다운 '언어'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인간이 갖고 있는 언어의 특징은 바로 기호에 있습니다. 동물의 의사소통은 음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지만 인간 의사소통의 대부분은 바로 기호를 바탕으로 한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 언어의 기호에 대해 짧막하게 다뤄보려고 합니다. 





언어 기호의 이원성

모든 언어는 음성 형식과 음성 형식에 담긴 의미로 구성됩니다. 소쉬르[각주:1](Ferdinand De Saussure)는 음성 형식을 기표(significant), 그에 담긴 의미를 기의(signifie)라고 불렀습니다. 인간 언어 기호는 보통 음성 형식이 있고 그 음성 형식에 따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소쉬르라는 학자는 언어 기호를 이 2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사과'라는 음성 기호(기표)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사람의 머리에는 '사과'라는 사과나무에서 열리는 열매가 떠오르죠. 그리고 '돼지'라는 음성기호(기표)를 들으면 '돼지'라는 동물의 의미가 떠오릅니다. 따라서 소쉬르는 모든 언어를 기표와 기의로 나눌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언어 기호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요?





1.  자의성

많이 들어본 단어일 겁니다. 수험생이시라면 매우 잘 알고 있는 내용 중에 하나겠지요. 언어 기호는 음성 형식(기표)와 의미(기의), 두 가지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2가지는 어떠한 원리로 결합되는 것일까요? 한 번쯤 생각해보신 분 계신가요? '집'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집'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을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각주:2]을 '집'이라는 음성으로 우리는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어로는 house(하우스)라고 하며, 스페인어에서는 casa(까사), 프랑스어로는 maison(메종)이라고 합니다. 


만약 사람들이 살기 위해 지은 건물과 우리가 알고 있는 음성 형식(기표)와의 관계가 필연적이라면 반드시 그것은 '집'이라는 단 하나의 음성 형식으로 연결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아니죠. 실제로는 각 나라마다, 그리고 나라 안에서도 지역 방언에 따라 인지하고 있는 대상에 대한 표현하는 방식이 또 다르기도 합니다. 즉, 기표와 기의에 관계는 반드시 1대1의 필연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임의적으로 정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 기호가 자의적(arbitraitre)이라는 것을 프랑스어 'soeur'와 'boeuf'의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하죠.




그럼 여기서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성어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예를 들어, 벌의 소리 등은 나름 그걸 대표할 수 있는 특징들이 있으니까요. 벌의 소리는 어딜가도 비스무레하게 들립니다. 그래서 '의성어'를 소쉬르의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으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닭은 '꼬끼오'라고 해서 우리는 '꼬끼오'를 들으면 닭의 울음소리를 떠올리지만, 미국인에게는 아무리 '꼬끼오'해봤자 그들은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할 겁니다. 미국인에게 닭의 울음소리는 약간 쇼킹하지만 '코커두들두'이기 때문이죠. ( 재밌죠? 닭이 코커두들두~하고 울다니... ) 따라서 의성어 또한 필연성으로 보기보다는 자의성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해보이죠. 


자의성에 대한 또 다른 반례로 드는 것에는 감탄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놀라는 순간에 대개 '아!'라고 하는 소리를 내요. 주위에서 잘 보세요. 그렇게 소리를 냅니다. 그래서 어떤 특정한 감정과 그 순간에 튀어나오는 음성 형식에 대해서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는 얘기를 하지요. 그러나 단순히 이렇게 생각하기에도 감탄사라는 것 또한 나라마다 그 형태를 달리하는 것이 많습니다. 순간 충격으로 다쳤을 때 한국인들은 '악!' 내지는 '아!'라고 하지만 미국인들 잘 보세요. ouch(아우치)라고 합니다. 






2.  유의미성

언어 기호가 갖는 특징에는 유의미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언어 기호, 기표와 기의가 결합하는 것은 임의적이지만, 이러한 결합 관계는 그냥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적인 약속 등 구조적인 부분에 따라서 의미가 부여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표의문자인 한자의 경우, 언어 기호로서 한자는 한자를 사용하는 그 문화권의 사람에 한해 그것을 의미있게 받아들입니다. 반대로 한자 문화권이 아닌 이상 서양 사람들에게 그 한자라는 표의문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일 뿐입니다. 즉 어떤 기호가 의사소통을 하는 데 사용되려면 언어 기호는 반드시 사람들 사이에 유의미성을 띄어야 합니다. 그 유의미성이란, 음성 형식으로 표현될 때 사람에게 심리적인 연상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3.  언어의 선조성(linearity)

그렇다면 우리가 말을 할 때 언어 기호라는 것은 어떻게 배열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요? 언어 기호의 특성 중에 하나인 선조성이라는 것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데 이것은 다른 기호들과는 구별되는 점들이 있습니다. 

첫번째, 다른 시각적인 기호들이 2차 3차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할 때 우리가 뱉어내는 음성형식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1차원적 배열을 형성합니다. 

두번째, 다른 시각적인 기호들이 2차,3차원적으로 접근해서 분절시키기 어려운 반면에, 언어 기호라는 것은 음성 언어로 1차원적 배열을 형성하기 때문에 분절이 쉽습니다. 바로 이러한 것을 언어 기호의 선조성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선조성을 통해 사람은 다양한 의미가 있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음성 형식은 쉽게 분절이 되고, 그 분절이 형태소라는 기본적인 단위를 만들어 문법이라는 것의 논의의 시작점을 만든다는 데 상당한 의의가 있습니다. 





마무리

본 글에서는 사람이 동물과 구분되는 특정에 중에 하나인 언어 중에서도 '언어 기호의 특성'에 대해 짧막하게 알아보았습니다. 언어 기호는 다시 요약하면 구조적으로 음성 형식과 의미가 결합된 것으로서 다른 기호들과는 다른 특징들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사용하는 언어의 구조에 관심이 있다면 언어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더 좋은 기회가 되었길 바랍니다.  





  1.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 스위스의 언어학자로서 '일반 언어학 강의'로 유명하며 언어학 뿐만 아니라 구조주의에도 영향을 미친 사람입니다. [본문으로]
  2. 네이버 어학 사전, 국어사전 '집'이라는 검색 결과 인용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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