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영화 시민케인을 이야기할 때 영화가 갖는 내러티브 구조와 주제의식도 유명하지만,

정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그 촬영기법입니다. 

영화라는 매체는 감독이 촬영한 장면의 이어붙이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관객은 감독이 촬영한 장면을 보면서 관객 나름대로 해석하고 판단하게 되는데 시민 케인 이전의 영화들 다수는 감독이 중요하다는 사물에 초점을 맞추어 촬영했기 때문에 관객이 누릴 수 있는 시선의 자유는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촬영기법, 딥포커스 


오손 웰스는 이러한 영화 촬영방식에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시민 케인에서 웰스는 딥포커스라고 하는 기법으로 촬영한 장면을 선보입니다. 

딥포커스는 카메라에서 먼 곳부터 가까운 곳까지 초점을 또렷이 찍는 기법으로, 종전의 영화가 피사체에 주로 초점을 고정시켰다면 시민케인은 장면의 전경과 중경, 후경 모두에 초점을 맞추는 장면을 촬영함으로써 관객에게 보다 넓은 시선의 자유를 주었습니다. 

즉, 관객은 시선을 이동시키면서 영화를 더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딥포커스를 활용한 장면 



딥포커스로 촬영한 대표적인 장면으로는 케인의 어린시절을 들 수 있습니다. 

케인의 어머니는 아들이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후견인 대처에게 보내고자 서류에 서명합니다.

이 장면을 잘 보시면 전경에는 케인의 어머니와 대처가 있고, 중간에 케인의 아버지, 그리고 그 뒤에는 케인이 있습니다.

관객은 딥포커스로 촬영한 이 장면을 통해 서류에 서명하는 어머니에게 시선을 고정시킬 수도 있고, 아들을 보내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에게도 고정시킬 수 있으며,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창밖에서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케인에게도 시선을 옮길 수가 있습니다. 

관객은 아버지를 통해 무기력함을, 케인의 천진난만함을 통해 안타까움을 느낄 수도 있고 다시 아들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서명하는 어머니에게 시선을 이동시키면서 케인의 어린 시절에 일어난 한 사건을 능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딥포커스 기법으로 감독은 관객에게 조금 더 능동적인 해석을 제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관객은 결국 감독이 구성한 화면 내에서 능동적 해석을 한다는 것이죠. 즉 관객에게 시선 이동의 자유를 허락하기 전, 감독은 화면에 무엇을 선별하여 보여줄지 고민하면서 화면을 구성하게 됩니다. 

촬영 기제의 발달로 인해 웰스가 딥포커스라는 촬영 기법을 사용하게 되면서, 연극쪽에 몸담았던 그가 연극의 미장센을 영화에 끌어들인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지. 미장센이라는 말은 프랑스어로서, 'mise'라는 단어는 '놓다'를 의미하며 'en scene'은 장면을 의미합니다.

즉, 장면에 무엇인가를 놓는다는 의미로 원래는 연극에서 연출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딥포커스를 빈번히 사용함으로써 관객이 초점을 맞출 대상에 대한 치밀한 연출과 계산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며, 오손 웰스 감독은 시민 케인 내의 많은 장면에서 미장센을 사용하면서 영화의 미학적 지평을 그만의 스타일로 넓히게 됩니다. 




 미장센과 딥포커스의 시너지 장면 



미장센과 딥포커스가 시너지를 주는 장면을 꼽아본다면, 대공황으로 인해 케인의 사업 또한 쇠락의 길로 접어들어 결국 대처에게 재정지원을 받는 대신 경영에 대한 권리에 제약을 받는 장면입니다. 장면에서 대처와 번스틴은 전경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고, 대처와 번스틴을 뒤로 큰 빌딩들이 보이는 대형 창가로 케인이 걸어갑니다. 화면 전체적인 구도로 보았을 때 걸어가면서 더 작아진 주인공의 모습은 전경에 위치한 대처와 비교되어 더 위축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창문에 보이는 건물들과도 그의 모습이 비교가 되면서 더더욱 위축된 그의 권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자주 언급되는 장면 중에 파티 장면이 있습니다. 케인의 파티에는 24명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데 모두가 또렷하게 보이면서 각각 인물의 표정과 행동에 관객은 선택적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딥퐆커스와 미장센이 잘 결합되면서 관객의 초점 선택과 자유가 가장 극대화된 장면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웰스가 영화에서 미장센과 딥 포커스를 이용해 보여준 장면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럼 그는 왜 이토록 미장센과 딥포커스를 많이 사용하여 전대의 영화들과 차별화된 시도를 했던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웰스 감독이 남긴 유명한 말, "관객들은 한 샷 내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선택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로 답변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영화라는 매체가 주로 감독이 의도한 장면, 감독이 포커싱한 피사체를 관객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여 왔다면, 

오손 웰스는 전대의 영화들과 달리 관객에게 어느 정도 시선을 이동시킬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시도는 흥행에 비록 실패했지만 후대의 영화학도들과 수많은 비평가들이 미장센과 딥포커스라는 촬영기법을 떠올릴 때 시민케인을 생각나게끔 만들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시민케인의 미장센, 딥포커스 말고도 시민케인은 영화사적으로 언급해볼 가치가 있는 것들이 매우 많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글을 통해 또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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